한옥의 진화 … 약점인 추위 잡았다

 

 

고질적 외풍 줄인 공주한옥마을 나무 뒤틀림 없게 컴퓨터로 재단

 

 

공주 한옥마을 직원들이 투숙객을 위해 방을 점검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전북 전주에서 열리고 있는 전국 중학교 야구대회(18∼27일)에 참가 중인 서울 선린중 야구부는 충남 공주시 봉황로의 한옥마을을 숙소로 잡았다. 야구부원 25명이 5개 방을 나눠 쓰면서 버스로 1시간 거리를 오가며 경기를 하고 있다. 박덕희(44) 감독은 “호텔 못지않게 시설이 좋은 데다 아파트에 길들여진 아이들에게 한옥을 체험해 보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공주 한옥마을은 겨울철에도 57개의 방이 꽉 찬다. 겨울철이면 개점 휴업 상태에 들어가는 여타 지역 한옥 숙박시설과는 딴판이다. 한옥의 약점은 추위에 약하다는 것이다. 목재 기둥과 들보는 시일이 지나면 뒤틀림 현상 등이 일어난다. 이 때문에 기둥과 벽체 사이에 틈이 벌어지면서 외풍이 들어온다. 하지만 공주 한옥마을은 첨단 소재와 공법으로 이런 약점을 극복했다. 시공을 한 ㈜채우림(구 스튜가)의 최원철 대표는 “완전히 건조한 나무를 써 뒤틀림을 없애고 컴퓨터프로그램으로 정교하게 재단·조립해 외풍이 들어올 틈새를 없앴다”고 설명했다.

 한옥이 진화하고 있다. 새로운 건축 기법과 재료를 도입해 기능성을 높인 새로운 형태의 한옥이 출현하고 있다. 아파트 건축에 쓰는 시스템 창호를 한옥 양식으로 재구성해 사용하고 벽체 중간에는 유리섬유 등 단열재를 넣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전남도는 외관은 전통한옥의 모습을 유지하면서 내부는 살기 편리한 생활한옥을 권장하고 있다. 아파트처럼 거실을 두고 방 안에도 화장실·욕실을 설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전남도청 행복마을과 신형욱 주무관은 “2중창·3중창으로 단열하는 대신 창을 과거 한옥보다 훨씬 크게 내 집 안이 밝고 햇볕이 잘 들게 하는 것도 변화의 한 추세”라고 말했다. 전남도는 한옥을 지을 시 시·군과 함께 최대 4000만원을 무상 보조하고 3000만원을 저리로 융자해준다.
 
 전통한옥의 미적 원형을 유지하면서 현대적 편리함을 갖춘 스틸 한옥도 등장했다. 최근 경북 경주시 불국사 숙박단지에서 상량식을 한 황룡유스호스텔은 낡은 2층 목조 한옥의 지붕을 철거하고 3층으로 증축하면서 이 공법을 썼다.

공주=이해석·서형식 기자
사진=프리랜서 김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