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투성이 서촌 한옥마을 가보니..

 

 한옥2

▲서울 서촌 자하문로 일대의 개량한옥

 

한옥1

▲서울 서촌 자하문로 인근 개량 한옥

 

 

서울 한옥마을의 지형도가 나뉘고 있다. 경복궁을 중심으로 과거 사대부들이 살던 북촌과 예술가 등 중인이 주로 거주하던 서촌으로 구분됐던 이곳이 다시 고급화된 한옥이 많은 북촌과 보다 저렴한 서촌으로 굳어져 가고 있는 것. 가회동이나 삼청동 등 북촌 한옥의 경우 3.3㎡당 4000만~5000만원을 훌쩍 넘기는 곳도 생겨난 반면 통인동이나 누하동 등 서촌 한옥은 3.3㎡당 1600선의 급매물도 등장하고 있다.

 

■"외국인 세입자도 거의 없어"

 

7일 찾은 서울 종로구 통인동·누하동 서촌 인근 한옥은 주로 전통한옥이라고 보기 힘든 개량한옥이 많았다. 대부분 외벽이 시멘트와 벽돌로 이뤄져 있고 창문도 쇠창틀로 이뤄진 곳이었다. 일부 낡은 한옥은 비막음으로 기와 위를 천막으로 덮어 놓은 곳도 있었다. 양호한 한옥도 많았지만 일부 빈집으로 방치된 한옥은 접근이 힘들 정도로 악취 나는 곳도 있었다.

 

인근 주민에게 개량되지 않은 한옥이 인근에 없는지 묻자 "그런 곳은 가회동(북촌)쪽으로 가야 한다. 이 동네엔 대부분 이런 한옥이 많다"고 전했다.

 

이곳 한옥 시세는 입지나 상태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전반적으로 북촌 한옥보다는 저렴한 편이다. 일반적으로 3.3㎡당 2000만~3000만원이라는 게 인근 중개업소들의 중론이지만 급매물이나 진입로가 잘 갖춰지지 않은 곳은 3.3㎡당 1600만~1700만원 정도까지 내려간다고 설명했다.

 

실제 급매물로 나온 한옥(대지 83㎡, 건물 48㎡)의 경우 방 3개에 화장실과 마당을 갖추고 있지만 3.3㎡당 1600만원인 4억원선. 통인동에 있는 전면대수선을 거친 한옥(대지 138㎡, 건물 70㎡)은 8억4000만원으로 3.3㎡당 2000만원에 매물로 나왔다.

 

통인동 인근 O부동산 관계자는 "한옥을 사고 싶어서 물어보는 사람은 많지만 보수비용이 워낙 많이 들어 거래는 드문드문 이뤄지는 편"이라며 "오래된 동네여서 자동차가 들어가느냐 마느냐가 시세를 매기는 관건"이라고 전했다.

 

전세의 경우 방이 2개인 곳이 2억원, 4개 짜리가 5억원선에 매물이 나와 있었다. 월세의 경우 방3개 짜리가 보증금 1억에 월 250~350만원선이었다.

 

북촌과 달리 서촌의 경우 외국인 세입자도 드문 편이다. S부동산 대표는 "전반적으로 깨끗한 한옥이 많이 없다 보니 외국인 세입자가 거의 없는 편"이라며 "근방에서 외국인 관광객은 많이 봤지만 아직 세입자는 한번도 못봤다"고 말했다.

 

■서촌은 왜 북촌이 되지 못했나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한옥 수는 북촌이 1233동, 서촌이 668동으로 집계된다. 이처럼 서촌은 북촌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옥수가 적을 뿐더러 한옥 위주로 밀집돼 있기 보다는 노후된 양옥과 함께 띄엄띄엄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 실수요자들의 등을 돌리게 하는 이유로 지적된다.

 

중개업계에서는 서촌에 보다 많은 지자체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M부동산 관계자는 서촌 한옥의 시세가 북촌에 비해 낮은 것과 관련, "북촌에 비해 개발이 안됐고 활성화가 덜 됐기 때문"이라며 "말만 서촌, 서촌 하면서 보도블럭 하나 제대로 깔아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정비구역으로 묶인 점도 걸림돌로 지적된다. 자하문로에 위치한 H공인 대표는 "대부분 재개발 지구에 묶여 있다보니 거래가 쉽게 되지 않고 집주인들이 본격적으로 개발되면 추후 세입자 내보내기가 어려울 것 같아 아예 세입자를 받지 않고 비워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옥을 카페 등으로 하고 싶어하는 사람도 많지만 규제 때문에 비워둔 곳도 있다"고 전했다. 북촌에 이어 서촌 개발 붐이 일면서 낡은 한옥을 사들였던 투자자들이 지난 2010년 한옥지정·권장구역으로 지정되면서 투자가 여의치 않자 수선하기보다 그냥 비워둔다는 것.

 

서울시 관계자는 "시의 보조금이나 융자금 규모가 한옥의 면적에 따라 달라지다보니 주로 작은 면적으로 이뤄진 서촌 한옥이 규모가 큰 북촌 한옥에 비해 전체적인 지원 규모는 적을 수 있다"며 "따로 서촌과 북촌 지원에 차별을 두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옥지정구역에서는 카페나 공방 보다는 주택이 기본"이라며 "빈집이 늘어나는 것은 재개발 계획에 따라 투자를 해놨는데 지정이 안돼 방치해놓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 2001년부터 한옥 신축 및 개·보수 시 보조금과 융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한옥 보조금 규모는 118억6300만원(373건), 융자금은 50억4600만원(223건)이다. nvcess@fnnews.com 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