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옥의 두얼굴…‘화려한 상점’ vs ‘슬럼가 주택’

 

[헤럴드경제=윤현종 기자]

 

#1. “카페를 꾸미기 위해 북촌 한옥을 알아봤더니 3.3㎡ 당 4000만원이 넘네요. 한옥의 인기가 높다지만 강남 아파트보다 더 비쌀 줄은 몰랐습니다“

 

#2. “매수자가 없습니다. 주차가 불편하고 수리하기도 부담되니까 한옥 주인 가운데 65%는 팔려고 아우성입니다. 하지만 집주인들의 눈높이가 높아져 전세를 놔도 최소 3억원은 받아야겠다는데…차라리 그 돈이면 (세입자들에게) 낡은 아파트를 사라고 하는 게 낫죠.”

 

고풍스런 카페촌을 찾는 수요와 전통문화를 체험하려는 관광객들이 늘면서 서울의 주요 한옥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하지만 실제 매매로 이뤄지는 사례는 별로 없다. 지나치게 비쌀뿐 아니라 집 매입후 들어갈 수리 비용도 만만찮기 때문이다. 인기는 높지만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두 얼굴’ 한옥의 현주소다.

 

서울 북촌 한옥의 매매 호가는 95㎡의 경우 10억원 선이다. 서울 아파트 평균시세의 갑절이며, 전국에서 가장 비싼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시세와 맞먹는 금액이다. 하지만 이 호가는 작년 하반기이후 6개월 넘도록 유지부동이다. 매수세가 없기 때문이다.

 

 

북촌 인근 A공인중개사는 “작년부터 나오기 시작한 한옥 매물이 30건에 달한다”며 “몇몇 기업인들이 대형 한옥을 30억∼40억원대에 매입한 경우를 빼면 매기는 끊긴 것이나 마찬가지다”고 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삼청동, 가회동, 계동 일대 실거래량은 그 전에 비해 60%이상 줄었다.

 

고가 일색이다 보니 카페 등 상업용 목적으로 한옥을 구하는 문의도 부쩍 줄었다. 북촌일대 공인중개사에 따르면 상업용도 변경이 가능한 북촌 2구역의 3.3㎡당 시세는 4000만원에 달한다. 작업용 공방 겸 교습소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북촌 한옥을 구하던 한 수요자는 “동네 분위기 때문인지 호가가 강남 아파트보다 비싸다”고 말했다.

 

일반 주택에 비해 수리비가 비싼 것도 ‘한옥 사랑’을 방해하는 요소다. 현재 북촌의 한옥 1200여채 가운데 80% 이상이 99㎡이하 중소형이다. 효자동 인근 서촌 한옥의 경우 이 비중은 90%에 달한다. 그러나 대부분이 1950∼70년대에 지어진 낡은 주택이어서 수리하는 데 상당한 금액이 필요하다.

 

한옥 건축업계에 따르면 현재 3.3㎡당 660만원, 총 2억원 선(땅값 제외)이면 100㎡ 규모의 한옥을 지을 수 있지만 낡은 한옥을 수리하는 비용은 신축보다 더 많은 750만~1500만원대가 소요된다. 서울시가 2000년대 초 부터 북촌, 서촌 등 5개지역 한옥 2358채를 대상으로 수선비를 지원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이렇다보니 대규모 수리를 마친 삼청동 대로변 한옥은 화려하게 변신했다. 국내외 주요 대기업 프랜차이즈 카페나 패션용품이나 의류 등을 판매하는 상점, 갤러리 일색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이 일대 점포 3.3㎡당 매매가는 1억원 안팎에 달한다. 3.3㎡당 최고 1억3000만원을 웃도는 금싸라기 상점도 있다. 올해는 유명 배우가 운영하는 가게 등엔 10여개 명품 브랜드가 입점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골목 안쪽에 위치한 한옥 대부분은 한눈에도 전면적 수리가 필요할 정도로 낡았다. 일부 지역은 낡은 한옥들로 인해 마치 슬럼가를 연상케하고 있다. 삼청동에서 40년째 거주중인 신모(50)씨는 “수리를 받으려 해도 전문 건축사무소에서 설계자문 등을 거치다보면 (서울시의)수선비 지원을 받기도 전에 비용이 3000만∼4000만원(66㎡ 한옥 기준)가량 나간다”며 “내 소득으로는 감당할 수 없어 수리를 포기했다”고 말끝을 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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