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와·처마는 그대로… 구조는 2층으로… 한옥의 한계를 깬 한옥

 

'올해의 한옥상' 인사동 관훈재

 
서울 인사동길에서 갈라져 들어가는 골목 안의 '관훈재'는 독특한 한옥이다. 목(木)구조와 기와지붕 등 전형적인 한옥의 요소를 사용하면서도 2층을 올렸다. 2층 한옥은 궁궐·사찰의 누각 등에서 볼 수 있지만 보통 사람들이 상용(常用)하는 '생활 한옥' 중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형식이다. 지난해 말 국토해양부가 주최하는 대한민국 한옥 공모전에서 '올해의 한옥상'을 받았다.

이 건물을 설계한 김장권(50·북촌HRC 대표)씨는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직전까지 살았던 서울 가회동 한옥을 비롯해 230여채의 한옥을 설계·시공해왔다. 13일 관훈재에서 만난 김씨는 "2층 이상으로 짓는 중층(重層) 구조가 좁은 도심에서 한옥을 활용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ㄷ자의 터진 방향에서 바라본 관훈재. 지면보다 약간 높은 중정을 뒀다. /사진가 염기동
 
김씨는 "바닥에 구들장이 들어가는 전통 한옥은 2층을 만들기 어려웠지만, 현대의 한옥은 다른 여러 가지 방법으로 난방을 하기 때문에 2층 이상으로 얼마든지 지을 수 있다"고 했다. "도시에서 한옥은 공간 효율 면에서 불리해요. 건물을 지을 때 옆 건물과 일정한 거리를 떨어뜨려야 하는데, 한옥은 그 기준이 처마이기 때문에 처마선부터 벽까지의 공간은 손실이 되거든요. (층수를 높이는 식의) 수직적 확장을 통해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한옥을 현대에 맞게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층은 공예품 판매점, 2층은 찻집이다. 2층으로 짓기 때문에 "위압적으로 보이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고 한다. 골목길에서 들어오면서 바로 보이는 쪽에는 장주추(높은 주춧돌)를 썼다. "기둥의 길이를 줄여 건물이 낮아 보인다"고 한다. ㄷ자 건물 가운데엔 작은 중정(中庭)을 뒀다. 돌로 된 중정은 지면보다 약간 높게 만들었다. "중정을 1·2층 사이에 둬서 두 층이 완전히 단절되는 느낌을 줄였습니다."

ㄷ자의 터진 곳에 있는 출입구는 골목에서 건물을 향해 들어오는 동선과 바로 연결되지 않는다. 건물에 이르러 1층 기둥 사이로 돌아 들어가야 입구가 나타난다. 김씨는 "사람이 지나다니는 공간만큼 가용(可用)면적을 내줬지만 더 큰 것을 얻었다"고 했다. "건물이 번잡한 길을 바로 바라보지 않고 살짝 돌아앉으면서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얻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김씨는 "우리 스스로 불편하다며 오랫동안 한옥을 방치해 왔다"며 "이제는 한옥에 다시 들어가야 할 때"라고 했다. "한옥의 형태를 흉내내기보다는 공간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고민해야지요. 현대 건축과 한옥의 경계를 넘나드는 현대건축의 한옥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채민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