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까래·댓돌·보… 한옥 부재 다시 쓴다

 

 

서울 종로구가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한옥을 보존하기 위해 한옥철거부재 재활용은행을 운영하기로 해 관심을 받고 있다.

28일 종로구에 따르면 불가피하게 철거되는 한옥의 재료를 효율적으로 관리해 필요한 주민들이 활용하는 것을 돕기 위해 한옥부재 재활용은행을 설립하기로 했다.

종로구는 북촌과 세종마을을 특별건축지역으로 지정해 고유 한옥 형식을 보존하고 있으며 현재 북촌 1233가구, 돈암동 146가구 등 모두 2358가구의 한옥이 남아 있다.

하지만 주민들이 낡고 비좁은 한옥 대신 새 건물 건립을 선호하면서 기존 한옥이 철거되고 있다. 특히 보존 가치가 있는 전통한옥마저 건축주 신고로 임의 철거가 가능하고 신고 없이 철거해도 과태료 30만원만 내면 돼 한옥이 헐려나가고 있다.

또 철거되는 한옥 재료는 건축폐기물로 폐기되고 있어 보존 필요성이 커지는 실정이다. 종로구에 있는 한옥은 대부분 20∼30평 규모인 데다 모양이 다양해 보존 가치가 높다.



 

한옥밀집지역인 종로구 가회동 일대의 북촌 한옥마을 모습.

 

구는 올해 지역 내에서 모두 150가구의 한옥이 철거될 것으로 예상하는 등 한옥 철거가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선조들의 생활상이 반영된 건축물이 폐기되자 구는 양호한 한옥 재료 재활용은행 설립에 나섰다.

구는 3년 전부터 한옥 철거에 대비해 서까래, 기와, 댓돌, 도리, 보 등 한옥 재료를 보관하기 위해 공간을 물색했지만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했다. 최근 부암동에 150㎡ 규모의 공간을 마련해 한옥 재료 재활용은행 설립이 탄력을 받고 있다.

구는 우선 주민들이 한옥을 철거할 때 재료의 기증의사를 받아 보관에 나서기로 했다. 한옥 재료가 한 채당 300만∼500만원에 거래되고 있어 현실적으로 무상기증이 어려울 경우 한옥 철거 및 폐기물처리 비용을 구에서 대신 부담하는 조건으로 한옥 재료를 구입해 보관할 예정이다.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해 한옥 리모델링이나 한옥 신축을 희망하는 주민들에게 판매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구는 기록 보존이 필요한 한옥은 철거 전에 한옥 실측도면을 작성해 보관하고 한옥이 있던 자리에 표지석을 별도로 설치해 한옥 자원을 보존해 나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다음달 내로 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구와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한옥 재료 보존을 체계적으로 실행해 나가기로 했다.

종로구의 한 관계자는 “철거되는 한옥 재료는 충분히 활용가치가 있는데도 많이 버려져 보존에 나서기로 했다”며 “한옥 재료의 정보와 판매를 위해 별도의 인터넷홈페이지를 운영하는 등 재활용은행의 활성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연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