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인기 쑥쑥

 

탈 아파트 바람 타고 수요 늘어 북촌 한옥마을 등 집값도 껑충
공급 활성화위해 규제완화 필요
 
 

  • 한옥주택의 인기가 날로 높아짐에 따라 현행 적용되고 있는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해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기도 양주의 한 한옥 전경. /서울경제DB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한모씨는 거주중인 분당신도시 정자동 아파트를 팔고 수도권 인근의 한옥주택을 사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30년 넘게 천편일률적인 고층 아파트에 살다 보니 싫증도 난데다 최근 아내의 기관지가 안좋아지면서 한옥 거주가 아토피와 천식에 좋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한씨는 "마당이 있는 집에 사는 것은 어렸을 때부터 가졌던 꿈"이라며 "아이들도 모두 독립했기 때문에 부담도 덜었다"고 말했다.

전통적 가치를 중요시 여기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고 다양한 주거유형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한옥주택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20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전국의 한옥 주택수는 지난 2008년 5만5,000여가구에서 지난해 8만9,000여가구로 4년새 60% 이상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아파트 중심의 획일화된 주거 환경에서 거주하던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한옥에서 거주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며 "전통 가옥에다 마당이 있다는 장점 때문에 찾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만 해도 중구 남산골 한옥마을, 종로구 북촌한옥마을 등이 외국 관광객의 눈길을 끌며 대표적인 관광지로 거듭나고 있다. 올해 전북 전주의 한옥마을을 방문할 관광객만 약 500만명으로 예측될 정도로 한옥은 일선 지자체는 물론 일반인들에게 인기 주거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

이 때문에 서울 가회동ㆍ삼청동 일대 북촌한옥마을 일대 집값은 3년전만 해도 3.3㎡당 2,000만원 안팎이던 한옥 가격이 3,000만원을 웃도는데다 위치가 좋은 일부 한옥은 5,000만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지방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전주한옥마을의 경우 3~4년전만 해도 3.3㎡당 300만~400만원이던 땅값이 지금은 1,000만원을 훌쩍 넘어 섰다는 것이 현지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한옥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정부가 건축법 개정을 통해 한옥에 대한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은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다. 정책이 기존 한옥 보전에 집중돼 있다 보니 신규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에게 불만을 사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한옥의 경우 거주자의 요구가 확실한 반주문식 주택임에도 불구하고 일반 주택 공급과 분양절차를 적용해 민간 건설업체의 활발한 참여가 어려운 실정이다.

김희정 피데스개발 연구소장은 "한옥은 정말 원하는 수요자 몇몇 사람이 모여서 원하는 디자인을 적용한 주택에 거주하는 개념의 주택"이라며 "사업시행자가 사업승인을 받고 청약을 진행하면 임의로 설계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미분양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SH공사가 은평 한옥마을 19개 필지에 대한 입찰 및 추첨을 진행한 결과 단 5개 필지만 주인을 찾는데 그쳤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범분양을 했는데 생각보다 참여자가 저조해 일부 수요자에 대한 공급조건 완화가 더욱 필요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있어서 현재는 사업을 잠정 중단하고 의견 수렴만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간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도 다양한 형태의 주택에 대한 선호도는 높아질 예정인 만큼 한옥주택에 대한 규제완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홍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