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한옥 투자 가이드…희소가치와 건축비 저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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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 한옥마을이 인기를 끌면서 서울 곳곳에 한옥이 들어서고 있다.

웰빙 바람을 타고 전통 주거상품인 한옥이 서울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기존 북촌 한옥마을 외에도 은평뉴타운, 성북동 일대에 한옥마을이 조성 중이다. 덕분에 아파트를 벗어나 새로운 주거 형태를 원하는 소비자 선택 폭도 넓어졌다.

서울시는 지난 10월 초 은평구 진관동 126-1 일대를 미래형 한옥 주거단지 조성을 위한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 고시했다고 밝혔다. 대상지는 은평재정비촉진지구 제3-2지구 단독주택지 일대로 대지면적은 9만9219㎡다. 이곳에는 1~2층짜리 한옥 158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특별건축구역은 건축·주택법상 건폐율이나 높이 제한 등의 규제를 적용하지 않거나 완화해주는 구역을 뜻한다. 은평 한옥마을 예정지도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되면서 그동안 한옥에 불리하게 적용됐던 건축법상 일조권과 조경 기준을 적용받지 않는다. 대지 경계선으로부터 지붕 처마 끝 선까지 띄워야 하는 이격 거리가 1m에서 0.5m로 줄었다. 덕분에 한옥을 지을 때 건물 가로면적과 마당, 처마 거리가 늘어나 실제 사용 공간이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 SH공사가 공급하는 한옥마을 필지는 2층짜리 2~3가구용 다세대형 한옥(330~440㎡), 1층짜리 단독형 한옥(200~400㎡), 2층짜리 상가 겸용 한옥(188~230㎡) 등으로 구성된다. 분양가는 3.3㎡당 600만~770만원 수준이다. 이번에 공급하는 단독형 용지 규모는 300㎡ 내외로 분양가는 최소 6억원을 넘어선다.

성북동 일대에도 한옥마을이 들어선다. 서울시는 노후도가 심한 성북2구역을 한옥, 타운하우스식 저층 주택이 어우러진 현대식 한옥마을로 조성하기로 했다. 대지 7만5000㎡에 50여동 한옥과 4층 이하의 테라스하우스 410가구가 건립된다.

은평뉴타운, 성북동 외에 기존 북촌 한옥마을도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 종로구 계동, 가회동, 삼청동 일대에 들어선 북촌 한옥마을의 한옥 가격은 상승세를 타는 중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건물면적 기준으로 실거래 가격은 2010년 3.3㎡당 2100만원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말 2800만원대로 치솟았다. 올해 들어서도 3000만원대는 기본이고 5000만원대에 거래되는 고가 물건도 꽤 많다. 한옥 구입 여건도 점차 좋아지고 있다. 서울시가 2009년 5월 제정한 조례를 통해 한옥 밀집 지역에 한옥 형태 단독주택을 지을 경우 건축비의 3분의 2 범위 내에서 최대 8000만원을 보조해준다. 무이자로 3년 거치, 10년 균등분할상환 조건으로 최대 4000만원까지 융자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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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 한옥용지 분양가 평당 700만원

서울 곳곳에 한옥이 들어서고 있지만 아직까지 인기 투자상품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 호가가 3.3㎡당 5000만원까지 치솟기도 했지만 기대만큼 임대수익률은 높지 않다. 북촌 116㎡(35평)짜리 한옥을 매입할 경우 매매 가격은 10억5000만원이다. 이때 임대를 하면 보통 보증금 2억원, 월세 350만원을 받는데 대출이 없을 경우 연 임대수익률은 5% 수준이다. 하지만 연 6% 금리로
5억원가량 대출을 받으면 수익률이 3%대로 떨어진다. 땅을 사서 한옥을 지을 때도 3.3㎡당 건축비가 1000만원은 족히 든다. 은평뉴타운 한옥의 경우 토지 매입가에 한옥 건축비까지 합하면 10억원 이상이 소요된다는 얘기다. 건축비가 3.3㎡당 600만원 이하인 조립식(모듈형) 한옥이 인기를 끄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사장은 “한옥은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에 비해 고가인 만큼 연 5% 이상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가격이 높은 만큼 거래도 쉽지 않다는 데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