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정체성 대표하는 곳은 궁궐·한옥 등 역사문화공간”

 

 

서울의 상징인 한강, 경제성장을 상징하는 테헤란로의 고층빌딩, 경복궁(사진)과 창경궁 등 역사문화공간…. 이들 가운데 서울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서울연구원이 시민 1240명을 상대로 ‘서울의 정체성이 어디에서 오느냐’는 설문조사를 한 결과, 시민 10명 중 4명꼴인 36.5%가 ‘조선왕조부터 근현대로 이어지는 역사문화공간’을 꼽았다. 또 ‘서울의 정체성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어디냐’는 질문에는 45.2%가 궁궐과 한옥 등 사대문 안의 역사문화공간이라고 응답했다. 나머지 29.5%는 한강변 경관, 11.5%는 서민의 삶과 풍물을 느낄 수 있는 재래시장, 10.4%는 여의도·테헤란로의 고층빌딩과 아파트를 꼽았다.

 
 

그러나 현재 서울 사대문 안의 역사공간은 도심재개발 사업 때문에 지속적으로 사라지거나 훼손되는 실정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재개발 사업으로 흔적조차 사라진 종로 피맛골이다.

서울 시민의 37%는 도심부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점으로 ‘도심 재개발에 따라 사라지는 역사성과 장소성’을 들었다. 서울 도심부 정책 중 가장 중시돼야 하는 사안 역시 가장 많은 43.1%가 ‘역사·자연자원을 다시 회복하는 정책’을 선택했다. 지금까지 도심부 정책방향은 보존할 지역은 보존하고, 개발할 지역은 개발한다는 ‘개발과 보존의 조화’였지만, 앞으로는 도심부의 역사성에 더 비중을 두고 추진해야 한다는 뜻이다.

시민들이 도심 정체성 회복을 위해 가장 시급히 필요한 요소로 꼽은 것은 ‘훼손된 궁궐과 제사공간 복원’(57.1%)이었다. 이어 종로·남대문로 등 중심대로 회복(15.5%), 한양도성 복원(12.8%), 청계천 지류 회복(8.2%), 북촌·인사동 등 한옥밀집지역 보존(6.4%) 등이 선정됐다.

현재 사대문 안의 도심재개발사업은 전체 41개 구역 264개 지구 중에서 142개 지구가 완료됐고, 23개 지구는 시행 중이다. 그러나 31개 존치 지구를 제외하고 67개 지구가 미시행지구이며, 세운 재정비촉진지구를 포함하면 아직도 상당한 면적이 재개발구역으로 남아있다.

연구원은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향후 사대문 안 도심부 정책을 세울 때 철거를 통한 재개발을 지양하고, 역사성 보전 및 회복 중심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사대문 안의 중구와 종로구를 통합해 한양도성 특별구로 지정하고 각종 지원이 가능한 특별관리 조례를 제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원은 또 “그동안 다소 소홀했던 종로 등 중심대로와 하천에 대한 회복방향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하며 “이를 위해서는 도심부의 전반적인 교통체계를 개편하고, 복원을 위한 원형 고증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