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재 갉아먹어…대책없고 관련 예산마저 전무, 문화재청 지원도 어려워

 

 

매년 이맘때면 ‘불청객’ 흰개미가 전주한옥마을에 나타나 건축물을 갉아먹을 터이지만 방제할 예산이 전무한데다가 이를 막을 대책 수립마저 없어 문제로 지적된다.

흰개미는 목조 문화재에 대한 최강의 적으로, 특히 신축 한옥에서 흰개미는 구제역과 거의 비슷한 수준의 재앙이고 재난으로, ‘목조문화재의 저승사자’로 일컫고 있다. 특히 교미 비행 후, 날개를 떼어 버리고 여왕개미와 왕개미가 교미를 하고 새로운 군체를 만들어 영역을 넓히게 되는 만큼 군체가 더 늘어나지 않도록 방제를 하는 것 말고는 뚜렷한 방법이 없는 게 사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만일 목조 건축물의 하중을 지탱하고 있는 기둥을 흰개미가 가해하였을 경우, 미리 알아채지 못하고 건조물 자체가 붕괴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으므로 이에 따른 예산을 세워 철저한 방제가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29일 전주시 한옥마을사업소에 따르면 흰개미의 번식을 막기 위해 위탁한 전주생활체험관, 삼도헌, 청명원, 승광재 등 4곳에 대해 보건소에 의뢰, 소독을 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전문적인 문화재보존 전문업체가 이를 실시, 장기적인 관점에서 건축물를 보호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 경기전, 학인당 등 일부 시설을 제외하고는 문화재가 아니므로 자체 예산을 세워 방제를 해야 하는 만큼 7백 여 채의 한옥마을 건축물에 대한 예방 대책을 세우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태다. 일본의 경우, 문화재충해연구소와 일본흰개미대책협회를 설립, 1950년대부터 문화재 보존에 노력을 기울인 가운데 방제약제승인위원회와 목조보존전문가가 목조문화재의 방패, 방습 작업을 함께 하고 있지만 우리의 경우는 이와 사뭇 다른 현실이다. ‘흰개미 피해 방제’는 건축물의 목재를 천막으로 감싼 후 약품을 살포, 살충살균처리를 실시하는 훈증 처리와 건물 주변에 살충제를 투약 흰개미의 침입을 방지하는 토양처리, 흰개미의 생리와 생태를 이용 방제하는 군체제거처리 등 방법으로 피해를 근본적으로 치유하는 방법밖에는 없는 현실이다.

때문에 한옥마을 목조 건축물에 대한 흰개미 피해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훈증소독과 토양처리 및 군체제거시스템 도입으로 방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보수공사시에도 훈증 소독된 목재를 사용하는 등 흰개미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근본적이고 중장기적인 방제 작업을 실시해야 한다는 게 중론.

일례로, 한옥마을 특별관리인 및 문화재지킴이 등을 활용, 충해방재 예찰활동을 강화토록 하고, 피해 발견 시 신속한 조치로 한옥마을 보호에 만전을 기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같은 문제의 원인은 요즘 한옥을 짓는데 사용되고 있는 목재는 거의 다 수입 소나무라는데 원인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옛날에는 나무도 귀했고 나라에서 벌목을 금했기 때문에, 한옥에 쓰이는 부재는 대부분 작고 가늘었지만 어느 날부터 국제무역선에 실려 러시아, 칠레 등지에서 큰 소나무가 수입되기 시작하면서부터 상황이 돌변하기 시작, 흰개미떼도 같이 실려 들어와 한옥을 갉아먹는 등 우리 주변 여기저기를 날아다니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래서 이제는 예전처럼 단아한 맵시를 자랑하던 한옥은 설 자리를 잃게 되었고, 우람하고 든든한 수입 소나무로 다듬어진 도시형 한옥이 우리의 허기진 눈과 마음을 달래주고 있긴 하지만 거기에 함께 묻어 들어온 각종 벌레의 습격을 피할 수 없게 된 것.

문화재 전문가 A모씨는 “누구는 ‘방충방연재’를 도포하고 ‘훈증소독’을 하면 간단하다고 충고하지만 현재로서는 그저 속수무책 당할 수 밖에 없다”며 “오죽하면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는 대다수 전통사찰마저 다들 그 모양, 그 꼴로 기둥과 도리가 벌집처럼 곰보로 전락했을까”라고 언급, 예방만이 최선의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이종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