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전주를 예향(藝鄕)이라고 부른다. 맛과 멋이 있고, 다양한 전통문화가 어우러진 고장이라는 뜻이다. 아마 전라감영이 있던 곳이라서 판소리나 출판 같은 수준 높은 문화예술이 집중되었고, 다양하고 맛깔스런 음식이 발전해 붙여진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국제영화제나 대사습놀이, 한지문화축제, 비빔밥축제로 전통이 이어지고 있으며 계속 발전하고 있다.

보이는 전주도 계속 발전하고 있다. 한옥마을이 체계적으로 정비되고 있고, 전주가 고풍스런 도시로 재탄생하고 있다. 물론 한옥마을의 여러 건물들은 후세에 건축된 까닭에 전통과는 거리가 있지 않느냐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아직도 곳곳에서 학인당 같은 옛집을 만나고, 다양한 형태의 한옥을 비교할 해 볼 수 있다.

전통에 대한 향수를 되살리고 체험하면서 선조들의 멋과 지혜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전주에서는 한옥을 도처에서 접할 수 있다. 오목대에 올라 팔작지붕 누각을 감상하고, 아래로는 즐비한 한옥마을의 전경을 조망하며, 경기전에서는 전각과 함께 부속 건물의 다양하고 아기자기한 멋을 즐길 수 있다.

남천교에서는 다리 위로 솟은 청연루를 보고, 풍남문에서는 성루로 잘 지어진 한옥을 대하며, 객사에서는 맞배지붕 본관에 양쪽으로 반(半)팔작지붕을 이어붙인 한옥의 멋에 빠져들 수 있다. 한옥마을에서 평범하지 않은 건물을 한 채 발견했다. 향교 대성전 뒤편에 있는 명륜당인데, 옛날 유생들이 모여 학문을 논하고 강학을 펼치던 곳이다.

요즘의 교사(校舍)정도이겠는데, 전통적인 맞배지붕에 날개를 덧대어 지은 것으로 팔작지붕과는 중간쯤 되는 형태다. 가적(加積)지붕 구조라는데, 우리가 흔히 보는 일반적인 한옥의 지붕과는 생김새가 많이 다르다.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안정감이 있고 내부 공간을 넓게 쓸 수 있도록 건축돼 꽤 실용적인 건물로 보인다.

한옥의 멋스러움은 현대식 건물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호남고속도로를 통해 전주에 들어오자면, 처음으로 전주 요금소를 만나게 된다. 통행료 계산에 급급해 요금소 건물을 쳐다 볼 여유가 없겠지만, 한 번쯤 고개 들어 지붕까지 살펴본 이들이라면 한옥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흔히 말하듯 버선코 모양으로 살포시 들추어진 곡선의 아름다움, ‘한옥의 미가 이런 것인가 보구나’하고 한옥마을의 고장 전주에 왔음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조금 더 가면 전주 초입 조촌동에서 날아갈 듯 시원하게 잘 지어진 호남제일문을 만나게 된다. 전라감영이 있던 전주를 상징하고, 호남평야의 첫 관문이라는 뜻으로 세웠다고 한다. 전주의 품격과 고풍을 그대로 엿볼 수 있는 건물이다. 오래된 유적도 아니고, 콘크리트 골조로 세운 건물인데 호들갑을 떤다고 해도 좋아 보이는 걸 어떡하랴.

한 가지 덧붙이자면, 이 문은 왕복 8차선 도로 위에 세워져 육교 역할도 하고 있어 실용적이다. 하나 더 있다. 전주역사(全州驛舍)다. 아름드리나무를 깎고 다듬어 세운 전통 한옥은 아니지만, 정(丁)자형 팔작지붕 건물에 좌우로 반(半)팔작지붕을 덧붙여 펼친 모습은 예향 전주를 빛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건축된지 30년이 넘었다고 하는데, 아직도 깨끗하고 싫증 나지 않음은 한옥이 갖고 있는 또 다른 매력일 게다. 다만, 효봉(曉峰) 여태명 선생의 ‘전주’나 강암(剛庵) 송성용 선생의 ‘호남제일문’ 글씨에 버금가는 멋들어진 현판이 아니라는 게 아쉽다. 멋있는 전주는 한옥과 함께 발전하고 있다.

현대식 건물에 한옥을 결합시킨 전주시청, 맞배지붕의 멋을 한껏 살린 화산체육관도 내겐 전주의 멋으로 다가 온다. 곳곳에 있는 버스 승강장에서도 팔작지붕, 우진각지붕의 작지만 아름다운 한옥의 멋을 즐길 수 있다. 바라건대, 조만간 골목마다 남아있는 어지러운 전깃줄을 땅속으로 묻고, 거리에 한옥이나 청사초롱을 형상화한 가로등이 밤을 밝힐 수 있다면 좋겠다.

더불어, 골목골목에서 잘 정비된 돌담이나 흙담을 만날 수 있다면 한옥으로 만나는 예향 전주는 더욱 빛날 것이다.

 

 

민주통합당 전북도당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