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가요(K-Pop) 열기가 전세계적으로 뜨겁습니다. '대장금' 같은 TV드라마에서 시작된 문화 한류의 열풍이 '소녀시대'나 '카라'와 같은 아이돌 그룹의 세계시장 진출로 확대돼 이젠 외화수익을 창출하는 수출상품이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 아이콘으로 위상이 높아졌습니다.

사실 드라마나 대중가요 장르는 우리 고유의 것이 아니지만 우리만의 감성을 입혀 세계화에 성공한 사례일 것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자랑스런 우리 고유의 문화이지만 세계화는커녕 대중화에도 미치지 못하는 분야가 아직 많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선조들의 삶의 지혜와 멋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한옥입니다. 1970년대 시작된 서구 아파트 문화에 밀려 점차 사라지기 시작한 한옥은 이제 특정 지역을 제외하곤 구경조차 힘들어지면서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 받기 힘든 실정이 됐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뒤늦게나마 정부가 한옥의 가치를 인정, 최근 보급 확대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입니다. 민간 건설회사들도 한옥을 재평가하기 시작했고, 조금씩 신규 주택 보급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옥을 확대 보급하는데 꼭 필요한 제도적 정비가 아직 미비한 상태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집을 짓기 위해서는 주택법이나 건축법 등의 기준을 따라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 관련 법은 대부분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이나 빌라, 다세대ㆍ다가구 등 현대식 주택을 짓는데 초점을 맞춘 규정이라, 지금의 법령에 따라 새로 한옥을 짓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아파트와 같은 대량 공급이 아니다 보니 시공 단가가 비싸 수요자들이 만만찮은 분양가를 감수해야 하는 부담도 있습니다. 여기에 한옥은 '살기 불편하다'는 선입견까지 한옥 저변 확대를 가로막고 있습니다.

기왕에 한옥 보급 확대를 공언했으니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본격적으로 관련 제도들은 손봐 나가야 합니다. 일부 지자체에선 시작했지만, 아파트나 빌라ㆍ연립 등을 짓는 기준보다 훨씬 까다로운 규정을 조금씩 현실에 맞게 고쳐나가야 합니다.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과 한옥을 새롭게 인식하는 시장의 관심, 건설업계의 적극적인 보급 노력이 '한옥 르네상스'로 이어지는 지름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전태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