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한옥 르네상스 실현할 정책 연구기반 확립"

 

 

전통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높아지면서 한옥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공공기관과 지자체 여러 곳에서 한옥마을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공공ㆍ민간 주택업체들 사이에 한옥 인테리어와 구조를 갖춘 아파트 상품개발도 확대되고 있다. 전통 한옥마을의 주택 매매가격도 꾸준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새로 지어지는 한옥은 한 해 800채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정도 규모로는 하나의 산업, 하나의 시장을 형성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한 해 5000채 정도는 지어져야 값싸고 성능 좋은 한옥 공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반대로 지나치게 산업화만 강조해 똑같은 모양의 대량생산 체계를 갖추게 되면 거꾸로 한옥의 가치가 훼손될 것이기 때문에, 전통주택문화 보전과 산업화라는, 언뜻 양립하기 힘든 과제가 우리에게 주어져 있는 셈이다. 이강민 국가한옥센터장은 이런 과제를 해결하고 ‘2020년 한옥 르네상스 시대’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연구 활동에 분주하다. ‘한옥문화 진흥의 씽크탱크(Think Tank)’ 역할을 맡고 있는 경기도 안양시 국가한옥센터 사무실에서 이강민 센터장으로부터 한옥산업의 발전방향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 반갑습니다. 먼저 건설경제 독자들께 국가한옥센터의 활동과 역할에 대한 소개 말씀 부탁합니다.

△2년 전인 2010년 5월에 정부가 ‘국격 향상을 위한 신한옥 플랜’을 마련했습니다. 2020년 한옥 르네상스 시대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이 담긴 것이었지요. 그 신한옥 플랜의 후속조치로, 한옥 정책을 개발하고 한옥 산업의 활성화를 지원하며 동시에 한옥 관련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ㆍ제공하기 위해 2011년 5월에 건축도시공간연구소에 국가한옥센터가 설립됐습니다. 다음 달이면 설립 첫 돌을 맞게 됩니다.

- 구체적으로 지난 1년 동안 진행한 사업 성과라든가, 올해 사업계획을 설명해 주시지요.

△여러가지 정책연구 활동이 먼저였습니다. 한옥마을 지원정책을 통한 역사문화 가로경관 조성방안, ‘한스타일’ 공공건축물 공급방안 같은 것이었는데, 전체적으로 한옥인프라 저변 확대를 위한 정책ㆍ제도 개선방안이 서서히 도출되고 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지난해에는 대한민국 한옥공모전을 처음 개최하기도 했는데, 200건에 가까운 작품을 접수 받아 수상작을 선정하면서 전통건축 설계에 관한 업계 및 학생들의 관심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올해에는 산업화 지원사업에 보다 활발히 나설 계획입니다. 국토해양부와 함께 한옥마을 클러스터 조성, 한옥 건축자재 유통시스템 개선, 그린벨트 내 한옥건축 활성화 방안을 수립하고, LH공사와 함께 화성동탄1기 신도시 주변에 한옥마을 조성방안을 강구할 예정입니다. 전국단위로 한옥 실태조사를 벌이고 정책포럼과 문화컨텐츠 개발사업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 한옥 실태조사라고 하면 어떤 작업인가요? 필요성이 있습니까?

△정책개발의 기본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실태조사가 필요합니다. 현재 한옥이 전국에 몇 채나 있는지, 한옥마을이나 단지가 얼마나 되는지 아무도 모르는 형편이에요. 대략 8만채 정도로 추산하는 분들도 많지만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사실은 한옥의 범위 자체가 아주 애매합니다. 전통 한식 목구조를 갖추고, 보와 도리로 짜여진 지붕틀을 갖추고, 나무와 황토 같은 자연재료를 이용해야 하는데, 그렇다 해도 한옥이다, 아니다를 확실히 구분하기는 어렵습니다. 개인적으로 판단할 때는, 다소 고집스럽게 보수적으로 한옥의 범위를 인정하고, 비슷한 주택은 신한옥으로 정의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 한옥산업을 확대한다고 하면 신한옥을 많이 공급한다는 뜻이 되겠군요.

△그렇다고 봐야겠죠. 가령 정부는 공공용 한옥 지원사업과 연계해 대중이 자주 이용하는 소규모 공공청사와 체험시설에 신한옥 모델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미 구로구ㆍ산본 어린이도서관은 한옥스타일로 실내 인테리어를 꾸며 높은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주민자치센터, 파출소, 보육ㆍ기초교육시설, 학교건물 일부를 신한옥으로 공급하는 방안도 유력합니다. 다만 한옥의 진정한 가치는 신한옥이 아닌 100% 순수 한옥에 있다는 지적도 있는 만큼 한편으로는 전통건축 양식의 보전과 기술의 전수에도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겠습니다.

- 한옥문화를 활성화 하려면 일단 많이 지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최근 한옥의 공급이 많이 늘었다고 들었습니다.

△네. 공공기관이나 지자체가 시행하는 시범사업도 많고, 크고 작은 주택업체들도 관심을 기울입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1년간 새로 지어지는 한옥은 800가구에 불과합니다. 이 정도로는 산업이 발전할 수 없습니다. 연간 5000가구는 지어져야 시장이랄까, 산업구조가 형성됩니다. 현재 한옥에 거주하는 가구는 전체의 0.5%에 불과합니다. 이것을 1.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합니다.

 

- 공급량이 늘어야 단가를 낮출 수 있고, 단가를 낮춰야 공급량이 더 늘어날 수 있을 듯합니다.

△바로 그렇습니다. 현재 서울 북촌마을을 기준으로 한다면, 땅값을 뺀 순수 건축비가 평당 1200만원대에 달합니다. 일부 지방ㆍ소규모 업자들이 500만원대에 공급하기도 한다지만 품질의 신뢰도가 낮습니다. 제대로 시공하되 평당건축비를 현재의 60% 수준, 다시 말하면 700만원대로 낮추는 것이 정책적 목표가 되고 있습니다. 이미 국토해양부와 함께 명지대학교 연구용역을 통해 한옥 산업화 및 대량공급 구조를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있는데 조만간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합니다.

 

- 한옥의 성능 추세는 어떻습니까. 실생활의 불편을 감수하지 않아도 될만큼 많이 발전했다고 볼 수 있는지요?

△많이 발전했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봅니다. 현대주택이 요구하는 기밀성을 충족하려면 단열창과 냉난방 설비구조가 필수적인데, 이런 설비구조를 도입하다 보면 한옥 공간의 전통미가 훼손되기 십상입니다. 잘못하면 껍데기만 한옥이고 실상은 서구주택이 되기 쉽거든요. 한옥의 전통미를 살리면서 실생활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것, 동시에 건축비용을 낮추는 것이 한옥 정책이 근간이 되겠습니다. 아울러 한옥 건축가를 시급히 양성해야 하는 중대한 배경이 되기도 하겠습니다.

- 한옥 건축가가 부족하다는 뜻인가요?

△사실입니다. 문화재 복원 쪽에서는 아주 저명한 대목장들이 여러 분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옥산업 발전을 위한 건축가와 건축업체는 그리 잘 알려지 있지 않습니다. 황두진, 조정구, 조인숙, 김용미 건축가 등이 분투하고 있지만 일단 수적으로 많이 부족합니다. 새로운 공간구조를 창조해 내면서 한옥건축산업을 부흥할 인재들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작년에 명지대와 전북대 등 대학에서 건축사들을 대상으로 ‘한옥건축가과정’을 진행해 1기 수료생을 배출했는데 올해는 국토부 지원으로 교육사업을 더욱 확대한다고 합니다. 산업규모를 확대하면서 그 수준도 함께 높이려면 이에 걸맞은 인적 자원을 확보해야 합니다.

 

- 마지막으로 건설경제 독자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은?

△지금까지 한옥에 대한 전문가는 많았지만 한옥을 문화재가 아닌 산업정책의 대상으로 판단하고 연구한 사례는 드물었습니다. 국가한옥센터는 한옥을 미래 건축의 대안이자 도시주거의 당당한 주역으로 상정하고, 대량보급 기술과 정책적 과제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는 만큼 많은 성원을 바랍니다. 건설산업계에서도 한옥기술의 고도화와 한옥문화 컨텐츠 개발에 함께 참여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신정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