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시인 이상(1910~1937)이 살던 한옥 집터를 철거하고 기념관을 건립하는 사업이 추진되자 집터가 위치한 서울 서촌 한옥마을 일대 주민들이 철거 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6일 서촌지역 주민 모임인 서촌주거공간연구회에 따르면 기념관 건립을 추진해 온 문화유산국민신탁과 아름지기재단이 오는 4월 이상이 살던 통인동 154-10번지 한옥을 철거하고 기념관을 세운다는 계획을 확정했다.

이 한옥은 이상의 큰아버지 김연필의 집터 중 일부로, 이상은 이 집에서 3살부터 23살까지 살았다.

2009년 문화유산국민신탁이 국민은행의 후원을 받아 매입했으며 아름지기재단이 건축 계획과 시설 조성, 운영을 맡아 '이상의 집'이라는 이름의 기념관 건립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그러나 연구회는 "신탁과 재단 측은 해당 한옥의 훼손도가 높아 보존 가치가 없다는 의견이지만 실제로는 수리만으로 보존과 활용이 가능한 상태"라며 "한옥을 보존한 채로 기념공간으로 운영할 수도 있는데 철거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이 한옥은 이상이 살았던 집이라는 사실과 상관없이 그 자체로 보존 가치가 있다"며 "이 집을 허물면 이를 계기로 통인동과 효자동, 옥인동 등 서촌 일대 한옥마을 개발이 가속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구회는 재단과 서울시 등에 철거 반대 의견을 전달하는 한편 서촌 한옥 보존의 필요성을 알리고자 기자회견이나 집회 등을 개최할지 검토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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