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2011-07-24 17:35기사수정 2011-07-24 17:35

 

 

#. 인테리어 디자이너 김모씨(35)는 최근 서울에서 한옥 전세(독채)를 구하려고 한 달 동안이나 틈틈이 발품을 팔았지만 결국 구하지 못했다. 가회동, 북촌, 삼청동, 효자동, 인사동 등 한옥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샅샅이 살펴봤지만 마땅한 전세물건이 없어 허탕을 쳤다. 이화동과 명륜동 일대에는 일부 전세물건이 있지만 너무 낡아 살기에 불편할 정도였다. 김씨는 현지 중개업소마다 전세물건이 나오면 먼저 연락을 달라고 부탁했으나 요즘 한옥 전세가 크게 느는 데 비해 물건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2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웰빙바람을 타고 서울 도심의 한옥이 최근 전세시장에서 '귀한 몸' 대접을 받고 있다. 가회동 등 서울 도심의 한옥전세는 주변 비슷한 크기의 아파트 전세금 수준으로 부담이 크지 않으면서도 마당을 갖추고 있고 도심에 위치해 출퇴근과 생활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서울시가 한옥보존을 위해 최대 1억원까지 리모델링 비용을 지원하는 등으로 내·외부의 편의시설이 확충되면서 생활 불편도 크게 개선됐다.

 

■웰빙바람 타고 한옥전세 귀한 몸

 

한옥의 거주 불편이 크게 개선되고 입지적 장점이 부각돼 전세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요즘 들어 서울 도심 한옥밀집지역에서 한옥전세 물건을 구하려면 주변 중개업소에 예약하고 순번표를 받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서울 가회동 북촌한옥마을의 K공인 관계자는 "요즘 한옥을 전세 끼고 매입하기는 어렵지 않지만 전세로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다"면서 "예약을 하고 대기해도 언제 마땅한 물건이 나올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삼청동 S공인 관계자는 "한옥의 장점이 새롭게 조명받으면서 수요는 날마다 크게 늘고 있지만 한 번 입주한 사람의 경우 대부분 임대차 계약이 만료되면 곧바로 재계약되기 때문에 매물은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신규 공급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데 비해 일부 지역은 한옥을 상가로 개·보수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도 물건 부족의 한 원인이다.

 

■리모델링 등 지원에 생활여건 개선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시내 한옥은 1만3700동으로 이 중 3600동이 4대문 안에 자리잡고 있다. 북촌한옥마을은 1200동에 달한다.

 

전셋값은 인근 아파트 수준이다. 북촌한옥마을의 리모델링된 83㎡(앞마당 제외) 규모 한옥 전셋값은 2억3000만원 정도(매매가 6억3000만원)로 2008년 11월 입주한 인근 숭인동 청계힐스테이트 82㎡(2억4000만원)와 비슷하다. 리모델링하지 않은 116㎡(매매가 8억1000만원) 전셋값은 1억5000만원 정도다. 대체로 리모델링한 한옥 기준으로 전셋값이 3.3㎡당 1000만원 안팎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공급이 달리면서 호가가 크게 뛰고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북촌한옥마을 K공인 관계자는 "세입자들은 한옥에 매력을 느끼고 있어 계약이 만료돼도 대부분 재계약하기 때문에 물건을 찾기가 쉽지 않다"면서 "앞으로 전셋값도 더욱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오승범기자 winwin@fnnews.com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