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오래된 한옥 수선 가이드라인 제시


곡선미·조화 중요…부엌·화장실은 개량 권장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서울 시내 한옥은 1만4천여 동.

북촌, 인사동, 운현궁 주변, 돈화문로, 경복궁 서쪽 등 주로 종로에 몰려 있다.

전통 가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신축은 쉽지 않고 그렇다고 그냥 살자니 낡고 불편해 수선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수선을 할 때도 원칙과 기준이 있으니 눈여겨보는 것이 좋겠다.

8일 서울시가 내놓은 '한옥 내·외부 수선 가이드라인'을 보면 우선 지붕은 한식 기와를 사용해 전통 방식으로 이어야 한다. 기와의 하부는 서까래와 부연(附椽·처마 서까래의 끝에 덧얹는 네모지고 짧은 서까래)을 함께 설치할 수 있다. 지붕 형태는 맞배지붕, 우진각지붕, 팔작지붕 가운데 하나를 택해야 한다.

외벽은 상·중·하부로 구성하되 상부는 창호와 외벽으로, 중부는 붉은 벽돌과 사괴석(벽이나 돌담을 쌓는 데 쓰는 육면체의 돌)으로, 하부는 장대석(섬돌 층계나 축대를 쌓는 데 쓰는 길게 다듬어 만든 돌)으로 해야 한다. 아래쪽은 백토를 사용해 내민 줄눈으로 쌓으면서 만(卍)자 등의 문양으로 장식하고, 축대가 있으면 축대석을 쌓아 외벽과 구분토록 했다.

담장 높이는 인접한 한옥 외벽의 중부 높이를 기준으로 하고, 그 너머로 한옥의 몸체가 드러나도록 해야 한다. 재료는 장대석, 사고석, 붉은 벽돌 등을 사용하고, 위에는 기와지붕을 얹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대문과 중문은 나무를 사용해야 하며 철재 장식은 전통장식 문양을 따라야 한다.

외부나 마당과 만나는 창호는 목재 창틀로 해야 하며 재료는 한지, 유리, 아크릴 한지 등 빛이 통과하는 재료를 권장하고 있다.

난방설비는 온수 순환난방방식이나 전기 온돌방식으로 하고, 바닥 마감재는 장판지나 타일, 비닐시트류, 목재 등을 사용할 수 있다. 보일러실은 지하나 문간채에 설치하고 채와 담장 사이에 설치하는 경우엔 높이를 담장 선보다 낮게 해 처마를 가리지 않아야 한다.

부엌은 바닥 높이를 조정해 입식 부엌으로 개량할 것을 권장하고 있으며, 화장실도 수세식으로 개량하는 게 좋다.

오는 8월에는 종로구 부암동에 한옥자재은행이 문을 열 예정이다.

이 은행은 기존 한옥을 철거하려는 사람들이 신고하면 직원들이 목재·주춧돌·기와·대들보 등 부재를 선별해 해체한 후 보관하다가 한옥을 짓거나 수선하려는 사람에게 저렴하게 되파는 방식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lis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