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거래없는데 가격은 `쑥`

북촌마을 3.3㎡당 3천만원선…관광객 급증으로 땅값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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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가격이 높은 북촌 한옥마을 전경. <이충우 기자>

 

"거래요? 끊어진 지 오래예요. 가격은 작년에 많이 오른 그대로고요."

서울의 한옥 1번지로 통하는 삼청동ㆍ가회동 일대 북촌 한옥마을. 대략 1200채의 한옥들이 옹기종기 자리하고 있다.
인근에 경복궁과 창덕궁, 인사동거리 등이 가까워서 관광객들에게 사랑받는 곳이다.
일대 중개업소를 찾아 최근 거래 내역을 묻자 손사래부터 쳤다. 통인동ㆍ누하동 등 일부 지역엔 아무도 살지 않는 빈 한옥도 더러 눈에 띈다.
이렇게 사려고 하는 사람도 없고 버려진 한옥마저 있는데 한옥값은 계속 오르기만 하고 있다.
계동에 있는 K공인 대표는 "2000년대 초반에는 3.3㎡당 400만~500만원 선에 거래가 이뤄졌다"면서 "2000년대 중후반에 한번 `확` 뛰더니 가격이 내릴 줄을 모른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시가 이 일대 한옥마을 조성을 위해 매입한 한옥구매내역 자료에 따르면 2001~2002년에 대지면적 127㎡와 86㎡짜리 한옥을 2억1400만원과 1억3780만원에 매입했다. 3.3㎡당 545만원 수준. 그러나 몇 년 후 서울시 매입가격이 확 뛰었다. 2009년 매입한 대지 2459㎡짜리 한옥은 매입가가 140억원이 넘는다. 3.3㎡당 가격으로는 1887만원.
인근 공인중개업자들은 지금은 가격이 이보다 훨씬 높다고 입을 모은다.
인근 H공인 관계자는 "현재 이곳 북촌에서 번듯한 한옥을 장만하려면 3.3㎡당 2000만~3500만원은 줘야 한다"며 "내놓는 매물이 별로 없어서 거래가 많지는 않지만 값은 계속 올랐다"고 말했다.
높이 뛰는 가격과 달리 거래는 거의 없다. 서울시에 따르면 가회동ㆍ계동ㆍ삼청동ㆍ누하동ㆍ통인동을 통틀어 지난 1년간 거래된 단독주택 거래건수는 30건에 불과하다. 2년 전인 2011년 6월~2012년 5월 거래된 60건에 비하면 딱 `반 토막` 났다.
가회동 인근 A공인 관계자는 "최소 가격이 4억~5억원씩 하다 보니 2~3년 전 한국관광 바람이 불 때 카페 등 상업개조 목적으로 한옥을 구하던 문의도 최근 거의 사라지고 없다"고 말했다.
거래가 없는데 한옥값이 천정부지로 높은 이유는 우선 매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아파트는 한꺼번에 급매물이 수십 개씩 쏟아지면 가격이 주저앉는 것과 대조적이다. 또 한 가지는 `땅값`이다. 한옥은 건물의 가치가 중요한 아파트와는 달리 건물이 깔고 앉은 대지가 중요하다. 때문에 대지가격을 기준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부동산 경기가 하락하는 동안에도 서울이나 주변 신도시 땅값은 전혀 하락하지 않았다"며 "한옥값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곳 땅값이 강세를 유지하는 이유는 최근 몇 년간 관광객 수가 증가한 영향이 크다.
H공인 관계자는 "거래가 활발하지는 않지만 외국인들이 워낙 많이 찾아 땅만 살 수 있으면 `뭘해도 되겠구나`라는 심리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이지용 기자 / 최희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