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만 요란했던 한옥 세계화

국내 연구개발부터 지원해야

 

정부는 2009년 ‘한옥 세계화’를 들고 나왔다. 한옥의 주거 우수성을 세계에 알려 국격을 높이고 제2의 한류를 만들어 낸다는 계획이었다. 이듬해인 2010년엔 ‘국격 향상을 위한 신(新)한옥 플랜’으로 구체화됐다.

 

정부의 한옥 세계화는 외국에 한옥을 수출하는 것을 의미했다. 이를 통해 한옥의 우수성을 알려 한국 문화의 브랜드 가치 향상을 최종 목표로 삼았던 것이다. 하지만 한옥 세계화를 외친 2009년 이후 현재까지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정부가 서울 중구에 위치한 주한 미대사관저와 일본 후코오카에 있는 총영사관저를 한옥으로 지은 게 전부다. 시늉에 그친 한옥 세계화에 대해 주무 부서인 국토교통부는 “예산이 거의 없다”고 하소연한다.

 

 

국회까지 나섰지만--

 

국토부 관계자는 “한옥 관련 예산은 지난해 9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올해는 5억원 정도”라며 “연구 용역비 정도 수준이어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고 말했다. 말로만 ‘세계화’를 외친 셈이다.

 

국회도 2009년 정부의 한옥 세계화를 거들었다. 국회는 “한옥 세계화에 앞장서겠다”며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외교 활동용 한옥(사랑재)을 지었다. 여기서 외국인들과 만나고 회의를 해 자연스럽게 한옥의 아름다움과 편의성을 알리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사랑재는 완공된 2011년 37번, 지난해 26번 정도 쓰였을 뿐이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등에 밀려 국내에서조차 제자리를 잡지 못하는 한옥을 세계에 알리겠다는 시도가 무리라고 지적한다. 한옥문화원 장명희 원장은 “국내에서 한옥의 현대화와 보급을 위해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성과를 내야만 세계화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화에 앞서 우선 국내에서 한옥 연구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한옥을 쉽게 건립할 수 있도록 하는 관련 건축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옥을 산업화하고 한옥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한옥 건축 지원, 한옥 전문인력 양성 등도 필요하다.

 

강원대 김도형 교수(건축학과)는 “한옥의 매력은 성능이 아니라 자연과의 조화, 인간성의 회복 등 콘텐트에 있다”며 “한옥의 세계화를 위해선 당장 성과를 내기 위한 접근보다 한옥의 가치 재정립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황정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