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인 한옥

위 치 서울 은평구 진관동 193-5
용 도 단독주택 
대지면적 206.9 m2 지상층수 2
건축면적 101.05 m2 지하층수 1
작품설명 끝없는 기록 비자인한옥
한옥은 단호한 편이다. 공사 중 대충 넘어간 부분을 나중에 슬쩍 감추거나 미화 시키려는 시도를 용납하려 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기록되기 때문에 잘 하려면 처음부터 계속 잘 하고 대충하려면 처음부터 대충하는 것이 오히려 일관성 있어 좋다.
비자인한옥은 온전히 건축주의 사투로 만들어진 집이다. 땅을 파는 작업을 할 때는 땅속에서, 목구조를 조립 할 때는 톱날 옆에서, 기와공사 할 때는 누구보다 높은 곳에서 직접 몸으로 부딪쳐 지은 집이다. 이러한 과정은 누군가의 지식이나 체계적인 계획보다 대혼란 속의 중심에서 버텨낼 수 있는 몸과 마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기에 반복적으로 똑같이 할 수 없고, 보기에 쉬워 보여 따라해서도 안 된다.
이렇게 집과 건축주가 완전하게 몰입해 서로 뒤엉켜 지은 집들은 어떤 결과로 끝나지 않는다. 집은 건축주의 마음을 비춰주는 수양의 도구가 되어 건축주의 인격을 닮아가면서 과장되지 않은 모습으로 성숙되어 갈 것이다.
그 옆의 건축가는 소소한 응원단장 역할에 충실하고 있을 뿐이다.

가장 도시적 삶도 가능한 한옥
황두진 건축가는 2015년 저서인 <무지개떡 건축>을 통해 전층이 단일용도인 건축물을 시루떡에 비유하고 층별로 서로 다른 기능을 가진 건축물은 무지개떡에 비유했다. 무지개떡 건축은 어쩌면 도시의 필연이라고도 주장했다. 도시란 결국 다원적인 가치를 담는 그릇이며 바로 그럼 점에서 단일 산업 위주의 폐쇄적인 농어촌과 다르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건축주는 그 누구보다 무지개떡 건축과 잘 어울리는 사람이면서 무지개떡 건축을 가장 필요로 할 사람이다. 하지만 누구보다 강렬하게 도시적인 삶을 원하는 사람이 다원적 기능을 담기 위해 선택한 건물은 예상과 달리 ‘한옥’이다. 도시화 이전의 전통한옥을 너그럽게 이해한다면 무지개떡 건축에 포함시킬 수 있다. 기능을 구성하는 방식이 수직의 도시가 아닌 수평일 뿐, 내부 구성은 주거, 일, 교육, 사교등의 사회적 기능을 넘어 심지어 종교까지 다양한 기능을 폭 넓게 담아 작은 마을처럼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비자인한옥의 지하는 매우 생산적인 공간이다. 전문적 음악 작업과 사진 촬영이 가능하고 다양한 예술 활동을 위한 넓은 스튜디오가 있다. 지상 일층은 마당과 가족을 위한 생활공간이 있고, 이층은 손님을 위한 게스트룸으로 구성되어있다. 문화, 일, 생활, 여가, 사교 등의 다양한 목적의 공간들은 수직과 수평으로 나뉘어져 있지만, 이 공간들을 ‘마당’이 수평적으로 연결하고, 지하계단의 ‘썬큰’과 대청의 ‘오픈천장’이 수직적으로 연결하고 있어 서로 어디든 자유롭게 연결되는 작은 마을처럼 느껴진다.
가장 도시적 삶은 한옥에서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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