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건물 속 한옥… 상가주택의 개념을 바꾸다

 

■ '한국적 스타일 우수공간' 선정 지노하우스

건축문화대상 우수상 등 수년째 건축계 이례적 주목

지하는 갤러리 1층은 카페 2층엔 툇마루 있는 사랑채… 안마당 등 전통공간 체험케

"전통양식, 인테리어 아닌 공간 개념으로 풀어야" 건축가 이기옥씨 철학 반영

 

김범수기자 bskim@hk.co.kr

입력시간 : 2013.03.13 22:37:26

 

 

 

지노하우스 사랑채 안마당에 서면 툇마루와 손님방, 안쪽 작은방이 일렬로

가지런하게 눈에 들어온다. 왼쪽 작은 사진은 지노하우스의 외관.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경기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신분당선 판교역과 정자역 사이. 충성교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3층 상가주택 한 채가 수년째 국내 건축계의 이례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건축주 이름을 따서 '지노하우스(JINO HAUS)'라고 이름 붙인 이 주택은 준공한 해인 2011년 한국건축가협회가 여는 대한민국건축문화제에서 건축가협회상(올해의 건축 베스트7)을 수상했다. 이듬해에는 국토해양부, 대한건축사협회 등이 제정한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을 받았다. 그리고 13일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적 실내 공간 확산을 위해 처음 제정한 '한국적 생활문화 우수공간'에도 뽑혔다.

 

1층은 카페, 지하층은 갤러리로, 2층 일부도 주거용으로 임대하고 나머지를 건축주 주거공간으로 쓰는 이런 상가주택은 지금까지 건축가들의 관심권 밖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도 그럴 것이 주상복합은 애초부터 건축적 미학이나 기능성 보다는 효용 극대화를 지상목표로 삼는 건축물이기 때문이다.

 

이기옥(49) 필립건축사사무소장이 설계한 지노하우스가 각광 받는 것은 이런 개념 자체를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판교 신도시 점포주택지 중 한 필지에 자리잡은 이 집은 외부에서 봐서는 디자인에 조금 신경 쓴 모던한 건물 정도의 인상이다. 하지만 이 집은 내부에 한국 전통의 미와 공간 구성을 담고 있다. 일반적인 상가주택에서 연상할 수 있는 설계와 인테리어의 수준을 한 두 단계쯤 뛰어 넘어버린 느낌이 들 정도다. 경주의 한옥촌인 양동마을 출신 건축주의 취향과 오랫동안 전통건축의 현대화에 관심을 두어온 건축가의 건축정신이 맞아 떨어진 결과다.

 

지노하우스 설계의 백미이자 여러 건축상에서 한결같이 주목한 것은 2층 사랑채. 임대 한 세대를 제외한 나머지 20평 정도 공간에 만든 건축주의 서재 겸 게스트하우스다. 현관을 열고 들어서면 4평 정도의 마당과 댓돌, 툇마루가 눈에 들어온다. 마루에 올라서면 왼쪽으로 부엌과 거실로 통하는 입구가, 정면에는 다시 툇마루가 이어지고 그 안쪽에 안마당 공간이 자리잡고 있다. 툇마루는 이 소장이 과거 전통가옥 답사 때마다 앉아보고, 체득한 한국인들이 가장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높이 45㎝ 폭 50㎝" 사이즈를 적용했다. 이 소장은 "툇마루와 마당은 사교와 모임의 공간"이라며 "실제로 주인이 지인들과 함께 걸터 앉아 차를 마시기도 하고 담소를 나누기도 한다"고 말했다.

 

사랑채 내부는 안마당과 손님방, 안쪽 작은방이 일렬이다. 세 공간은 전통건축의 들어열개처럼 창호를 자유롭게 여닫을 수 있다. 창호를 다 닫으면 독립공간으로, 다 열어 젖히면 종가집 제사도 치를 수 있는 너른 공간이 만들어진다. 나무로 된 전통창호는 4개 문짝 구성이다. 안마당에서 손님방쪽을 바라보면 손님방, 안쪽 작은방의 창호 틀이 꼭 맞아 들어가는 시각적 경험을 할 수 있다.

 

이 소장은 "기존의 현대주거에서 한국적 공간은 얼른 눈에 보이는 인테리어적인 요소에 치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꼬집었다. 전통창살이나 전통무늬, 바닥마루 등을 덧붙여 전통적 요소를 시각적으로 구현했다는 식이다. 하지만 지노하우스는 댓돌과 툇마루라는 수직 이동의 경험, 전통창호식 개폐를 통한 공간의 융통성 발휘를 통해 전통의 공간을 '체험'하게 만들었다. 이 소장은 "전통 양식은 건축 소재나 디자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간 개념으로 풀어야 하다"며 "이처럼 건축재료와 양식에 전통을 넣는 작업을 거듭해 갈수록 K팝 등 다른 문화분야에 비해 대외 파급력이 부족한 한국 건축도 세계적인 영향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