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실내 공간 어떻게 확산시킬 것인가… 답은 공공건축이다

 

 

 

한옥의 건축 요소나 소재, 전통적 공간 개념을 응용한 현대 건축물이 활성화될 수 있을까.

한옥 등에 녹아든 전통 건축·공간 개념을 현대적으로 계승·발전시키는 ‘한국적 공간’, 한국적 공간이 실내에 구현된 ‘한국적 실내공간’은 여러 장점을 가진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 고유의 정서와 역사 및 의미가 담겨 있어 문화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데다 자연적 재료 활용에 따른 친환경 공간, 공간 사이의 유기적 연결과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강조하는 열린 공간이다.

실제 일부에선 한국적 실내공간이 설계나 리모델링을 통해 한옥 원형을 ‘재현’하거나 현대적으로 ‘변형’시키고, 나아가 ‘재해석’ 단계에까지 이르고 있다. 하지만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어 파급력이 큰 공공건축물보다는 민간건축물이 한국적 실내공간 확산을 주도하는 실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국토해양부 등 정부도 활성화 사업을 일부 진행 중이지만 극히 미약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건축도시공간연구소 이강민 국가한옥센터장은 최근 문화부 주최로 열린 ‘한국적 실내공간, 어떻게 확산할 것인가’란 정책포럼에서 한국적 실내공간의 활성화, 확산을 위해선 무엇보다 공공건축물이 선도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이 센터장은 “사례 분석 결과 한국적 공간 요소를 반영한 공공건축물은 6%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민간건축물로 나타났다”며 “한국적 실내공간을 반영한 공공건축물을 통해 시민들의 일상적 체험기회를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적 실내공간 활성화 정책이 우선 적용될 시설로는 일상성·파급성이 큰 학교와 유치원 등 교육시설, 아동복지시설이 꼽혔다. 이어 정부의 외교시설이나 문예회관 같은 문화시설 등으로 파급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한국적 실내공간 확산을 위해선 또 정부의 관련 부처가 협업에 나서 중장기 계획을 마련함으로써 체계적인 사업을 추진하되, 한국적 공간과 관련한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우수사례를 발굴·전시·출판·시상하는 등의 적극적 홍보도 필요하다는 제안이다.

한국적 실내공간으로 조성된 시설을 교육장·집회 등의 용도로 무상·장기 임대함으로써 시민들에게 자연스럽게 체험 기회를 주자는 방안도 나왔다.

이 센터장은 한국적 실내공간이 재현-변형-재해석 단계를 거치며 활용되고 있으나, 아직 형태요소 활용이 대부분으로 의미·철학 요소를 활용하는 사례는 크게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전통 공간의 현대적 활용을 통해 수준높은 실내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선 의미·철학 요소의 적극적 응용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번 포럼에선 한옥을 직접적으로 차용해 한국적 실내공간을 재현한 사례로 ‘안산도서관’을 비롯해 ‘까델루뽀’ ‘벽계산방’ 등이 꼽혔다. 또 한옥 요소·소재를 변형한 건축물로는 ‘e편한세상’의 한옥아파트와 ‘아름다운 차 박물관’ ‘천지일가’ 등이, 한옥 공간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거나 전통요소를 디자인으로 재해석한 사례로는 ‘옥전유물전시관’ ‘수졸당(사진)’ ‘심제’ 등이 제시됐다. 공공시설 내 한국적 실내공간으로는 남산국악당, 누리마루APEC하우스, 윤선도유물전시관 등이 대표적 사례다.

이 센터장은 “한류의 문화적 역량 강화를 위해선 한글·한식·한복·한국음악·한국공예 등 한국 전통문화를 종합적으로 체험하는 ‘그릇’ 역할로서 한옥의 가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도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