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융자신청건수 조차 파악 안돼

건축비 비싸고 실질적인 지원책 없어

서울시 한옥 관련 예산은 해마다 줄어

등록 2011-07-04 16:38, 수정 2011-07-04 18:23

 

 

(아주경제 이정은 기자) #. 한옥 르네상스 원년으로 삼고 국격 향상을 위한 ‘신(新) 한옥 운동’을 추진하겠다. (2010년 5월 청와대 제3차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전통 가옥인 한옥 보급 확산을 위해 향후 10년 동안 3700억원을 지원, 4대문 안에 4500채의 한옥을 보존하거나 새로 조성하겠다. (2008년 서울시 한옥선언)

 

정부는 물론 서울시가 한옥 보급에 대대적으로 나서겠다고 했지만 실질적인 지원은 이뤄지지 않고 있어 구호만 요란한 생색내기용 정책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5월 청와대 국가건축정책위원회에서 ‘신 한옥플랜’을 발표하고 한옥 신축시 농어촌주택개량자금을 우선지원하기로 했다.

 

우선 올해부터 한옥 신축시 한 채당 5000만원을 지원해주기로 했다. 대출금은 연리 3%대의 저렴한 이자로 5년거치 15년 상환하도록 했다.

 

◆ 정부, 한옥 지원정책 '속빈강정'

농어촌주택개량자금은 지난 1970년대 있었던 새마을운동 당시 도입된 주택 개량 자금. 이 자금을 이용해 매년 8000채, 연간 4000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정부는 이 자금을 한옥 신축용으로 우선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옥 건축비가 일반 건축물에 비해 비싸 신청자가 극히 적을 뿐만 아니라 신청 건수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4일 “일단 제도는 시행 중이나 실질적으로 한옥을 짓는 사람들에게까지 크게 지원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보통 일반 주택은 3.3㎡당 300만~400만원선이면 신축이 가능하지만 한옥은 600만~700만원 정도 들어가기 때문에 한옥을 짓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또 “자재를 규격화 해 건축비를 3.3㎡당 450만원선으로 낮추지 않으면 작은 평수를 짓는다 하더라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한옥 신축을 위한 융자 신청 건수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올해도 8000채에 대해 주택개량자금이 지원되지만 이 가운데 한옥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된 것이 전혀 없는 실정이다.

 

◆ 서울시, 한옥 지원금 대폭 축소

서울시도 한옥선언(2008년)을 통해 향후 10년간 3700억원을 투입하는 등 한옥 부흥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집행 실적은 미미하다.

 

서울시는 당시 한옥 개보수 지원비용도 보조금은 기존 3000만원에서 6000만원으로, 융자금은 2000만원에서 4000만원으로 두 배로 늘렸다.

 

하지만 예산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보조금 지원건수는 지난 2006년 33건이었지만 올해는 5월 현재 13건에 그치고 있다. 융자지원 건수도 2006년 21건이었지만 올 들어서는 고작 6건에 그치고 있다.

개보수 비용 융자 지원 예산도 지난 2009년 6억원에서 2010년 5억원, 올해 2억원으로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예산이 줄어든 게 아니라 사정상 일단 2억원으로 편성해놓고 추경으로 편성할 계획이었다"고 해명했다.

 

거창했던 계획과 달리 예산상에서도 다른 정책에 밀려난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옥 보급 확대를 위해서는 표준 모델을 만들거나 누구나 쉽게 지을 수 있도록 건축비를 하향 조정하는 등의 문제가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며 “단순히 몇 만 채를 공급하겠다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정은 기자

nvces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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